[시작]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_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일요일 아침, 디즈니 만화동산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나갈 준비를 해야만 했던 나의 유년시절.
귀염둥이 미키와 재간둥이 캐릭터들과 조금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나는,
그리고 나의 동생들은 그럴 수 없었다.
우리에겐 가야만 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9시.
마치 전세계 사람들이 다 이 시간에는 예배를 드리는 줄 알았다.
목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때때로 출석하는 교회가 달라지긴 했지만
우리 가족에게 일요일은 특별한 날, 교회식으로 말하면 '거룩한 날', 곧 예배하는 날이었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선생님과 전도사님,
그리고 일주일 동안 만나지 못했던 다른 학교 친구들이 섞여있는 교회는
내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었다.
(사실 나는 목사의 가정이었기 때문에 특히 '교회적인 삶'을 살긴 했다.
예배 시간마다 대표기도하시는 장로님, 권사님들은 목사님의 삼남매를 위해 기도해주셨고,
나는 그분들을 모르지만, 나를 아는 어른들이 항상 반갑게 인사해주셨고,
교회에서 내가 하는 말과 행동들은 곧잘 주목 받아서 한없이 근자감이 형성될 수 있었다.)
예배를 하며 배우는 찬양과 성경말씀, 그리고 기도는 예배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친구들이 한창 아이돌 노래를 흥얼거릴 때 나는 교회에서 배운 노래들을 흥얼거렸고
성경 속 이야기들이 내 삶의 큰 방향들에 영향을 주었고
음식을 앞에 두었을 때, 그리고 삶의 큰 문제들이 찾아올 때는 기도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지만, 매주 일요일, 그리고 때로는 주중에도 경험하는 교회교육의 영향이 컸다.
그렇게 나는 크리스천, 기독교인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교회에 가는,
아, 이제는 제법 이른 시간부터 교회에 가서 예배를 준비하는 목사가 되어
교회교육현장을 바라볼 때,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일 때가 있다.
여전히 기대하고 설레는 기분으로 예배의 자리에 나가면서도,
내가 경험했던 것과 전혀 다른 교회교육현장에서 도대체 무얼, 어떻게 해나가야하는 막막함과 막연함.
한 때 기독교인이 사회에서 주류였던 시대가 있었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떠난 청교도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했던 때인가?
아니면 종교개혁자들이 르네상스 시대와 맞물려 사회의 변화를 주도했던 때인가?
아,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화했던 그 때를 말하는 건가?
예전으로 자꾸만 거슬러 가는 그때가 우리 사회에도 있었다.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가 전해지고, 기독교와 함께 새로운 문물들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근대화가 가속화되던 그때, 그리고 그 영향으로 인해 교회에 가야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그때,
교회가 세상의 문화를 선도하고,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교회로 찾아오던 그때 말이다.
한 때 기독교인 1천만 명을 앞두었던 한국 교회는
어쩌면 정점을 찍고 하루가 다르게 쇠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교회교육을 이야기하는 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교회교육의 위기를 말한다.
한국 교회 이미지 추락, 다음세대가 사라진 교회...
여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현장예배가 힘들어지면서
텅 빈 예배당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기도가 절로 나온다.
'주여...'
하향선을 달리는 교회교육현장은 정말 침몰하는 배일까..
(그럼 얼른 탈출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살짝 스치기도 하지만 이내 정신줄을 다잡고)
어떻게 이 위기를, 이 시기를 보내야 할까.
이 시기에 필요한 교회교육은 무엇일까.
이 시기에 다음세대는 어떠한 교회교육을 경험해야 할까.
이 시기에 우리는 어떠한 교회교육을 해야 할까.
교회교육현장에 몸담은(몸 담았던, 혹은 앞으로 몸담게 될),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비슷한 고민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함께
같이 답을 찾아보려 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영화 '인터스텔라' 중에서)
답이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찾아보려한다.
글을 시작하며 갖는 소망은 (갑자기 신앙고백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우리에게 답은, 소망은 없어도 답 되시고 소망되신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이다.
하향곡선인 교회교육현장을 떠나지 않고, 아직 여기 교회교육현장에 머무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혹은 우리가 정답을 찾지 못하면 어떠한가.
교회교육현장은 나나 우리의 소유가 아닌, 하나님의 소유인 것을.
그저 맡겨진 영역 안에서 성실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답을 찾는 방법은, 방향은 여러 가지일테지만
이런 마음으로 교회교육현장에서 고민한 내용들을 적어내려가며,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함께 답을 찾는 이들과 대화하며 그 답을 찾아보려한다.
그게, 우리의 사역일기의 시작이다.
Project Group TAC / 교회교육현장연구소
원지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13년 이후 교회교육현장에서 사역하고 있다. 연구와 현장 사역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하는 일을 포기하고, 그때그때 즐겁고 행복한 일에 참여하고 있다. 유치부 사역으로 시작했지만 청소년사역현장에 여성 사역자가 적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나서서(!) 2016년부터 청소년들을 매주 만나고 있다.